고교시절 시작된 나의 사진 인생이 <환 시리즈>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갖추어야할 나름대로의 조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70년대 한국사진은 전후 (故)임응식 선생님의 생활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으며 독자적이면서도 새로운 사진의 미학적 규범이 정립되었던 시기로, 리얼리즘 사진들이 주류를 이루며, 신선회(新線會)와 같은 단체가 생겨난 이유가 되었다. 리얼리즘이 사진의 본질적인 특성의 이해라는 점에서 본인 또한 이러한 사진들 속에서 호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부터 시작된 나의 사진 공부는 일본과 미국의 잡지들을 보는 것에서 시작하였는데, 그 잡지들 속에서도 리얼리즘은 중요한 이슈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몇 명의 패션사진가 (데보라 터빌레, 사라문, 후지 히데끼, 데이비드 헤밀턴, 등과 같은 사진가)들에 있었다. 이들이 갖는 몽환적 사진의 인물사진들은 당시의 사진 사조에 비해 본인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으며, 본인의 환 시리즈가 시작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한국적?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사진 적인 당위성을 느끼게 된 것은 당시 본인이 몸담고 있었던 광고사진의 분야에서 새로운 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법론이자 창작에 대한 열정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한가지의 주제에 20년을 매 달렸으니, 한복과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조금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몇 권의 책들과 전시들, 국내외에서 발표한 십 수 차례의 발표작들이 본인이 그동안 찍어왔던 사진에 대한 결과물들이다. 이쯤에서 그동안의 작업들을 정리하려는 것은 새로운 주제의식과 같은 창작의 열정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환 시리즈>가 여러 가지 한국적 이미지 중 한가지였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진가의 작품을 대할 때 시대적이거나 역사적 의미만을 찾기보다는 개인적 관심사를 존중해 주는 그들의 사진적 배려들이었다. 세계 각 국의 민족들을 대하는 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인들의 사진 적 태도가 늦깍이 유학생인 본인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으니, 내 작업이 더욱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환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마음이 더욱 무거운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갖추어야할 사진 적 배려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사진가로서의 사진적 자세 때문일 것이다. 2002. 5. 대명동 연구실에서 이 재 길